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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여행지의 음식을 즐기는 것 아니던가. 특히 일본은 각 지역의 대표 음식들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으니 비록 화려한 산해진미는 아닐지라도 소박한 지역 음식들을 찾아 즐기는 것도 깨알 같은 여행의 재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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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하면 떠오르는 음식중 하나인 라멘, 수많은 라멘이 있지만 하코다테의 대표 선수는 역시 시오라멘(소금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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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본고장 시오라멘을 맛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동해 1000m 심층수의 맛이랄까? 강렬한 짠맛이 뇌리에 각인되어 의외로 깔끔한 뒷 맛을 상쇄시켜주었다. 다시는 먹지 않으리……

동해 1000m 심층수의 맛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신선한 북해도 우유로 만든 녹차 아이스크림으로 정화를 시도해야 했다. 북해도 우유가 괜히 유명한게 아니었다. 가공한 아이스크림에서도 북해도 우유의 신선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본고장 시오라멘의 강렬함을 금새 잊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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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맥주. 아사히, 삿포로, 기린, 선토리로 대표되는 전국적인 제품 외에 지역별 특산 맥주도 있기 마련이다. 하코다테 팩토리에서 파는 하코다테 맥주 역시 하코다테의 명물 중 하나다.

하코다테 맥주는 4종류가 있는데 그 중 하나인 메이지칸 (明治館) ALT(독일어로 오래된이라는 뜻)를 마셔보았다. 선명한 구리빛이 돌고 쌉쌀하고 깊은 맛이 일품인 독일식 맥주다. 여행 당시엔 하코다테 맥주의 존재를 몰라 한종류밖에 마시지 못했지만 다음 기회엔 모든 종류의 하코다테 맥주를 섭렵하리라……

향긋하고 쌉싸름한 맥주와 함께 할 음식은 덮밥으로 결정했다. 일본 덮밥의 대표 선수인 규동은 약간 짰지만 입에서 살살 녹는 쇠고기의 맛이 환상적이었다. 주방장을 납치해오고 싶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나 오징어 튀김을 가장한 양파링 덮밥(?) 덕분에 금새 그런 마음이 사그라 들었다. 하코다테의 특산물인 오징어를 기대하고 주문했지만 낚였다. 역시 낚시의 꽃은 관광객 낚시다. 다행히 양파튀김 덮밥도 맛있어서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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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해산물과 더불어 북해도 하면 떠오르는 것은 농업과 낙농업이다. 농업과 낙농업은 광활한 대자연의 특혜를 받으며 발전한 북해도의 핵심 산업중 하나이다. 특히, 낙농업은 일본 전체 원유 생산량의 50%를 차지할 만큼 발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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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버스를 타고 새벽에 도착한 하코다테 역에서 노숙자들과 함께 맞은 이른 아침, 따뜻한 햇살을 느끼며 마신 갓 배달된 신선한 병우유는 정말 최고였다. 야간 버스의 피로마저 말끔히 사라지는 듯 했다.

물론 우유를 바탕으로 한 유제품도 발전하여 아이스크림, 치즈, 버터 등도 굉장히 신선하고 맛있다. 덕분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제과점, 과자점들이 북해도 내에 굉장히 많다고 한다. 미리 알았더라면 과자와 케이크 순례를 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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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의 대표 관광명소 중 하나인 아침시장(朝市)에는 신선한 해산물이 가득하다. 하코다테 아침시장은 전후 부녀자들이 농산물을 내다 팔기 사장하면서 형성되었지만 항구 도시인 만큼 이제는 해산물 상점이 더 많아 보인다.

수족관에서 버둥거리는 털게가 너무 먹음직스러웠지만 귀국길에 게를 사들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 수산 시장의 초장집과 같은 곳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냥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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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게 대신 쉽게 먹을 수 있는 신선한 해산물 덮밥으로 눈을 돌렸다. 게살과 조개 관자, 연어알 등이 듬뿍 올라간 덮밥은 눈을 즐겁게 했고 씹는 순간 터지는 바다의 향이 입안 가득 혀와 코를 즐겁게 했다. 역시 해산물은 산지 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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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의 먹거리를 이야기하는데 럭키 삐에로를 빠트릴 수 없다. 럭키 삐에로는 차이니스 치킨 버거로 유명한 하코다테 지역 체인이다. 하코다테 항구인 베이 에이리어의 본점을 비롯해, 고료가쿠, 혼마치 등 곳곳에 지점이 있지만 하코다테 이외의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지산지소(地産地消: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를 실천하기 위해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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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차이니스 치킨 버거는 유명세가 헛소문이 아니었다. 신선한 채소와 두툼한 치킨이 실하게 끼워져있다. 살짝 매콤하고 달달한 양념이 배어있는 치킨은 정말 맛있었다.

쿠지라 버거라는 밍크 고래 버거도 굉장히 유명한데 아쉽게도 몰라서 먹어보지 못했다. 역시 알아야 맛있는 것도 먹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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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 리스트엔 항상 멜론빵이 있었다. 학원물 만화에서 왕따 학생들에게 매점 쇼핑을 시키는 주요 품목일 만큼 대중적인 빵이다.

실제로 보니 소보루빵을 멜론 과즙으로 코팅했을뿐 특별한 빵은 아니었다. 한입 배어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멜론향이 매력적이지만 특별히 맛있다라고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어서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기대가 너무 컷던 탓이다.

그렇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엔 괜찮은 맛이다. 물론 북해도 우유와 함께라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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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루는 커피 천국 일본의 대표적인 커피 체인이다. 일본에서는 세계적인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를 능가 할만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국내에도 체인점을 냈었지만 아직 커피 시장이 그리 크지 않았던 시점이라 금새 철수하고 말았다. 지금은 포화 상태라 편의점 커피를 제외하고는 아마도 더이상 국내 시장에 진입하진 않을 것 같다.

브랜드 커피 맛은 대부분 비슷하다. 원두의 종류와 볶는 정도에 따라 맛이 다르지만 여러 종의 원두를 섞어 균일한 맛을 유지하기 때문에 크게 다르진 않다. 도토루 역시 마찬가지. 그냥 어디서나 맛 볼 수 있는 커피 맛이다. 그러나 힘들고 지쳤을 때의 커피 한잔은 꿀맛이었다. 여행이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이어서 그런지 커피 한잔과 함께하는 잠깐의 휴식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뛰면서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라는 유명한 광고 카피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코다테에는 이 외에도 굉장히 많은 음식들이 유명하다. 최초의 국제 무역항이라는 이유로 쏟아져 들어오는 여러 서양문화와 결합하여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 만큼 근대 초기의 일본식 경양식, 카레 등이 발전한 곳이다. 특히나 일본 카레의 기원지와도 같은 곳이라 카레만큼은 꼭 맛보고 왔어야하는데 많이 아쉽다. 시간과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보의 부재로 인해 많은 것들을 놓칠 수 밖에 없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가봐야할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