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금 그 곳은 어떻게 변했을까? 지난 3월의 대지진과 원전사고로 인해 더 이상 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 그 곳. 북해도(北海道). 이제 오래도록 미뤄두었던 그 곳의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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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 같던 북해도 여행을 시작하기 전날 밤, 준비가 덜 된 나는 허둥대며 짐을 꾸리고 설레는 마음을 달래느라 잠을 설쳤다. 아침일찍 공항 버스를 타야하는 일정임에도 새벽 세시가 다 되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그 때 이후로도 늘 여행 전에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아직은 여행의 피로감보다 설레임을 즐기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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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을 출발하여 1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하코다테 공항에 도착했다. 대한항공과 러시아의 SAT, 단 2개의 국제선만이 취항하는 작은 공항이다. 공항 밖으로 나가자 고위도의 신선한 공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드디어 시작이다!

지금은 북해도 여행기와 관광 안내 책자들이 많이 나왔고 다녀온 사람들이 많아 인터넷에서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당시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 물론 나의 여행 스타일이 일단 가서 닥치는 대로 골목골목 누비며 현지의 생활상을 최대한 느끼려는 타입이기도 했거니와 지금보다 훨씬 게을렀던 탓에 거의 무계획에 가까운 여행이었다. 아마도 다시 갈 수 있다면 여유를 가지고 좀 더 구석구석 더 많은 것들을 눈에 담고 가슴에 새기고 돌아 올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다시 당시로 돌아가서 “드디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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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 시내에 도착하면 처음으로 맞이해 주는 것은 전차다. 하코다테는 일본에서도 몇 안되는 전차를 운행하는 도시다. 노면에 설치 된 레일 위로 알록달록한 전차들이 수시로 운행 된다. 현대적인 느낌으로 도색된 화려한 전차들 외에도 쇼와 시대의 전차를 복원한 하코다테 하이칼라호(函館ハイカラ號)도 만날 수 있다. 하코다테를 대표하는 낭만전차인 하이칼라호는 10월 말까지만 운영되기 때문에 북해도의 성수기인 겨울에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다행히 9월 말이라 고전미가 물씬 풍기는 낭만전차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코다테에 있는 동안 전차는 두 번 밖에 타지 않았지만 이국적인 정취와 함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전차만으로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라는 타이틀이 전혀 무색하지 않았다.

한 때 어린 아이였던 그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이 목마는

이제 그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준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그의 아이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다.

고요 속에 파묻힌

한적한 바닷가 마을은

여전히 나에겐 몹시

매 력 적 인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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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는 참 작고 예쁜 도시다. 걸어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다. 하코다테 역에서 하코다테 항의 창고들이 늘어서 있는 가네모리 아카렌카 창고군(金森赤レンカ倉庫群)까지는 걸어서 10분이면 족하다. 일본 최초의 국제 무역항이었고 동서양의 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하코다테답게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예전에는 비린내 나는 생선들과 온갖 물건들이 가득했을 이 붉은벽돌 창고들은 이제 관광객들을 위한 보물창고로 변모했다. 물론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코다테 항구의 상징적인 건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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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로도 손색이 없는 창고 앞의 벽돌길이 마음에 쏙 들었다. 언젠가 다시 하코다테에 온다면 햇살 가득한 아침에 이 벽돌길을 다시 한번 찬찬히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코다테 역에서 시작해서 아침시장을 거쳐 아카렌카 창고군을 지나 모토마치 언덕까지 이어지는 이 한적하고 조용하고 이국적인 길을 유유자적 걷다보면 세상만사 걱정들이 모조리 사라질 것만 같았다. 어쩌면 시끄럽고 복잡한 서울을 떠나 나쁜 생각과 현실의 무게감마저 증발시켜 줄 것 같은 밝은 햇살 속에 안겨 조용한 거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환상이라고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이 곳을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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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い街を歩くことは、 まるで古い恋人と一緒に過ごす週末の午後のカフェのように快適です。 適当に無心してもい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