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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 항에서 모토마치(元町)로 이어지는 수 많은 자카(坂 언덕)들은 좁은 모토마치 거리와 함께 하코다테의 주요 풍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하치만자카(八幡坂)는 하코다테 항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시원시원한 시야 덕분에 영화, 뮤직비디오, CF 등의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하치만자카를 올라 하코다테 항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쩐지 샌프란시스코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밑으로 전차가 지나가는 광경은 TV에서 접했던 샌프란시스코와 꼭 닮아 있었다. 일본과 유럽에 이어 미국의 느낌까지 주는 하코다테가 굉장히 신비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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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 산 기슭에 형성된 모토마치는 19세기 중반 개항 당시 하코다테로 들어온 외국인들에 의해 형성된 외국인 마을이었다. 비잔틴 양식의 하리스토스 정교회, 고딕 양식의 카톨릭 모토마치 교회를 비롯해 구 영국영사관, 도청사로 사용되었던 하코다테 공회당 등 굉장히 서구적인 모습의 건물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모토마치 거리를 따라 걷다보면 일본인지 유럽인지 분간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극동의 헬레니즘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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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건축물들 사이로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인 건물들이 즐비하다. 서양의 문화와 결합되어 일본이면서도 유럽같은 느낌의 신비로운 거리가 아닐 수 없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거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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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보이는 상점의 심플한 간판마저 애니메이션에서 막 튀어 나온 듯한 느낌이다.







고양이의 천국답게 여기저기 경계하고 있는 고양이가 눈에 띈다.





모토마치를 따라 서쪽으로 한참을 걷다보면 외국인 묘지에 다다른다. 고향을 떠나 머나먼 극동의 하코다테까지 찾아왔던 이방인들이 함께 잠들어 있는 이 곳. 때 마침 비가 내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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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여행은 나를 버리는 일이라 했다. 그러나 이 외국인들은 자신을 버리지 못하고 머나먼 타국에 묻혔나보다. 어딘지 모를 음산함에 몸을 떨면서도 서쪽의 고향을 바라보는 그들의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