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주말의 명화가 생각나는 주말 저녁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트로피가 빙글빙글 돌며 나타나고 익숙한 오프닝 음악이 들려오던 시절은 아니지만 주말이라면 역시 여유롭게 영화 한편 보는 것도 좋지요. 그래서 오늘은 영화 음악으로 쓰이면 괜찮을 것 같은 곡을 골라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같은 어두운 미래를 그린 SF 영화를 좋아하는 터라 그런 영화에 어울릴 법한 곡을 생각해보니 마침 딱 떠오르는 곡이 있네요. 바로 전설적인 아트록 밴드 New TrollsCadenza Andante Con Moto입니다. SF 영화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클래시컬한 New Trolls의 음악이라니 의아해 할 것 같습니다만 이 곡이 생각보다 딱 들어맞는 곡이라는데 500원을 걸겠습니다. 왜 그런지 한번 들어볼까요?

시작부터 바이올린의 선율이 긴장감 있게 울려퍼지고 곧이어 비정한 첼로의 연주와 함께 기타가 합류하며 영화의 전반적인 배경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줍니다. 어쩐지 비극적인 냄새가 폴폴 납니다. “울트라 바이올렛”이나 “브이 포 벤데타”같은 디스토피아적인 SF 영화의 전형적인 오프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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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어떤 영화인지 상상해 봅시다. 독재자의 무리에 점령당해 버린 우주의 어느 행성. 예전에 트라키아 합중국이라 불리던 플젠 지구의 한 도시. 카메라가 어두운 분위기의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를 빠른 속도로 지나치다가 지하로 들어갑니다. 감시의 눈을 피해 지하 깊숙이 자리 잡은 저항군의 근거지. 저항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꼬질꼬질한 모습이 비춰지며 그들의 참담한 생활상이 화면 가득 떠오릅니다. 그리고 음악이 끝나며 누군가의 밀고로 레지스탕스들의 근거지를 알게 된 소탕 부대의 그림자들이 빠르게 다가오는 장면이 나오는 거죠. 너무 전형적인가요? 아… 이 빈곤한 상상력 ㅠㅜ

디스토피아적 SF 영화에는 뿅뿅뿅 우주 싸운드보다는 클래시컬한 음악도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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