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잠에서 깨어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는 지난밤 준서가 놀다가 팽개쳐 놓은 장난감들이 가득했다. 씻기 전에 정리하려 장난감 쪽으로 가는데 발에 축축함이 느껴졌다. “준서가 물을 엎었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건으로 발밑의 물을 훔쳐냈다. 그리고 장난감을 치우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발은 계속해서 축축했다. 자세히 보니 거실에 깔아놓은 퍼즐 매트 틈으로 물이 올라오고 있었다. 매트를 뜯었다. 바닥에는 물이 흥건했다. 밤에 무섭게 쏟아지던 비 때문에 물이 들어왔나? 창문 근처 여기저기를 점검해보았지만, 물이 들어올 틈은 없었다.

waterpark

워터파크 개장!

물바다의 원인을 찾던 중 거실 확장으로 배수구가 없어 설치한 에어컨 배수 펌프가 눈에 띄었다. 확인해보니 탱크엔 물이 가득했고 전원 케이블은 빠져있었다. 배수 없이 차곡차곡 탱크에 채워진 물이 넘쳐 거실을 물바다로 만들었을 것이다.

물탱크에 고인 물을 비워내고, 매트를 뜯어내고, 바닥에 흥건한 물을 닦아내고 나서야 씻고 출근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참 다이나믹하다.

퇴근하자마자 물바다가 되었던 거실을 수습하고자 뜯어 놓았던 퍼즐 매트 조립을 시작했다. 더운 날씨에 쪼그리고 앉아 작업하고 있자니 땀이 뚝뚝 떨어졌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준서가 말했다.

아빠 마이 더워! 바람! 바람!

준서는 에어컨을 가리키며 바람을 외치고 있었다. 아빠 생각도 해주고… 많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