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무료 체험 기간 3개월을 제공하고 있어 간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스포티파이를 계속 사용할지, 애플 뮤직으로 돌아갈지…. 각각 장단점이 있겠지만, 스포티파이를 약 2주간 사용해보니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자동으로 곡을 선정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주는 기능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물론 애플 뮤직도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만 늘 듣던 곡만 추천해줘서 식상함과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스포티파이가 그 갈증을 해소해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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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는 식상한 플레이리스트는 이제 그만!


스포티파이가 제안하는 플레이리스트는 다양합니다. 매일 아침 만들어주는 4~5개의 데일리 믹스,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 되는 신곡 레이더, 연도별 베스트 플레이리스트 그리고 매주 월요일 업데이트되는 새 위클리 추천곡까지. 하나 같이 취향을 관통하는 음악이 가득합니다. 덕분에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최근 10년간 이렇게까지 많은 음악을 들었던 시간이 있었나 할 정도로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학창 시절 즐겨들었던 곡들이 생각나 90's Rock Anthems라는 플레이리스트를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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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다 하트가 붙어있는거지?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된 150곡 중 100곡 이상에 이미 녹색 하트가 보입니다. 혹시나 하고 열어본 10's Rock Anthems 플레이리스트에는 약 20여 곡 정도에만 하트가 보이네요. 이렇게 새삼 또 역시 나는 20세기 소년이구나!라는 점을 느꼈습니다.

20세기 소년이 언급되었으니 T-Rex20th Century Boy를 이야기할 것이라 예상했다면 크게 빗나갔습니다. 그 곡은 아날로그의 낭만에서 이미 들어보았습니다. 자우림의 “20세기 소년 소녀”에 대한 이야기는 더더욱 아닙니다.

초신성 로큰롤의 대폭발

20세기 말인 90년대에 청소년이었던 저는 로큰롤이라는 거대한 별의 폭발을 목격했습니다. 로큰롤의 대폭발은 매끈한 아레나 록과 헤비메틀의 대안이었던 그런지에서 시작되었고, 브릿팝으로 이어졌습니다. 힙합이나 일렉트로닉과 같은 장르들을 끌어들여 뉴메틀과 테크노를 세상에 내놓았고, 인디 음악의 자양분을 세상에 뿌린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감성을 폭발시키던 이모까지 숨 가쁘게 변화하며 수많은 명곡을 우리에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던 초신성 로큰롤은 이제 힘이 다했나 봅니다. 더는 폭발시킬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릴린 맨슨의 노랫말처럼 로큰롤은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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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려! 로큰롤이 죽었다고!


오늘날 팝의 헤게모니는 힙합이 쥐고 있습니다. 로큰롤이 아직 메인스트림에 있던 20세기 말, 팝의 변방에서 조금씩 세를 넓혀 가던 힙합은 이제 팝의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각종 차트는 거의 힙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21세기의 소년 소녀들은 기타 대신 마이크로폰을 잡고 비트에 몸을 맡깁니다. 로큰롤은 더 이상 청춘의 음악이 아닌 어르신들의 한물간 음악일 뿐입니다.

Campagne Supernova

오늘 고른 곡은 브릿팝의 대표 선수 OasisCampagne Supernova입니다.

이 곡을 듣다보니 그 시절 브릿팝이 그리워집니다. OasisBlurSuedePulpThe La'sOcean Colour SceneSleeperElasticaThe Verve를 들어봅니다. 세기말 90년대를 풍미했던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좋습니다. 그러나 이네들은 이제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샴페인 슈퍼노바의 가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문장과 단어의 나열이라고 합니다. BBC는 최악의 가사 7위에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가사는 각자 받아들이기 나름 아닐까요? 저는 이 곡의 의미를 이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How many special people change.
How many lives are living strange.
세상은 변했고, 새로운 음악들이 나타났습니다.
로큰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변방으로 밀려났습니다.

While we were getting high.
우리가 취해 있는 동안

Someday you will find me
caught beneath the landslide
in a champagne supernova.
우린 샴페인 초신성의 잔해에 깔린채 발견됐습니다.
우리가 믿고 있던 로큰롤 궁전의 폐허와 함께.
아직도 로큰롤이 최고의 음악인 것 같은
20세기 소년 소녀들에겐 지금의 이 상황이 어리둥절합니다.

But you and I, we live and die,
The world's still spinning round,
We don't know why,
우린 모두 살아가고 죽지만,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갑니다.
우리는 왜인지 모르지만,
각자 나름대로 살아가는 세상이 모여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How many special people change.
How many lives are living strange.
세상은 계속 변해갈 것이고,
또 새로운 음악들이 나타날 겁니다.

While we were getting high.
우리가 취해 있는 동안

로큰롤은 죽었지만, 살아있습니다. 거대한 초신성이 폭발해 수많은 작은 별들로 흩어졌을 뿐입니다. 스포티파이의 추천곡을 들으며, 새로운 초신성 힙합의 주위에서 로큰롤의 수많은 별이 새롭게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지금의 슈퍼스타들이 취해 있을 때, 무너져 버린 로큰롤의 폐허 속에서 반짝이고 있는 21세기의 소년 소녀들이 그런지와 브릿팝과 같은 굉장한 음악을 들고 돌아와 새로운 초신성을 이루게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The Struts, The Happy Fits, The Wrecks, Friday Pilots Club. 요즘 즐겨 듣는 뮤지션들입니다. 흥겹습니다. (덩실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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