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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에 있는 동안 아담하고 한적하고 조용한 이 항구 도시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청량한 하늘과 맑은 공기, 시원한 바다와 아기자기한 거리들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서울에 돌아오고 나서도 한동안 하코다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을 정도다. 물론 아직도 그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서울은 너무 복잡하고 바쁘고 숨막히는 도시다.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생활하기 어려운 도시, 그 곳이 바로 서울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쉬고 있자니 서울로 돌아가기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하코다테가 아니더라도 작고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라면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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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불현듯 떠오른다. 그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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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현실도피





비록 하루 반나절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더군다나 마지막 반나절은 여행의 피로덕에 몹시 예민했지만, 그래도 이 곳에 있는 동안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었다. 외국인 묘지에서 돌아오는 길에 만난 할머니의 구수한 아오모리 사투리에 우리네 시골 할머니들이 생각나 사뭇 정겨움도 느꼈다.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 많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어디든 사람 사는 동네는 모두 비슷하고 정겹기 마련이다. 심지어 굉장히 개인적인 사회인 이 일본에서도 말이다. 이 곳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고, 마음의 여유가 충분치 않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만큼의 넉살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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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