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친구와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친구가 전화를 받자마자 이렇게 말하더군요.

왠일이야 이 늦은시간에?

덕분에 추억의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왜니리야? 이 누즌 시가네? 그래쿠나 무서운 쿰을 쿠었구나~라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곡이죠. 바로 2002년에 발표된 쿠사나기 쯔요시(草彅剛, 한국명 초난강)의 명곡 “정말 사람해요정말 사랑해요”입니다.

초난강

초난강은 대표적인 지한파 일본 연예인이죠. 우리말도 잘하고 일본에서 한국어 방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정말 사랑해요”라는 노래도 발표 했구요. 확고한 궁서체로 쓰여진 […] 제목이 뜨는 뮤직비디오가 아직도 선명하게 생각납니다.

우리말을 잘하긴 하지만 어눌한 발음과 가벼운 가사, 촌스러워보이는 체크무늬 정장, 그리고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아 우습게 보이는 일본식 분장 덕분에 국내 데뷔 후 웃음거리로 전락해버렸습니다. 일본에서의 명성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당시 유행했던 엽기 컨셉덕분에 시원하게 망했죠. 사실 초난강은 점잖고 상냥하며, 수줍음이 많으면서도 재치가 넘치고, 노래는 잘 못하지만 춤은 잘 추고, 연기력도 수준급이라 일년에 한번씩은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일본의 톱스타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개그맨으로 아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 곡이 발표될 당시엔 초난강이 속한 아이돌 그룹 스맙(SMAP)이 진행하던 SMAP x SMAP(통칭 스마스마, スマスマ)라는 프로그램을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비스트로 스맙(Bistro SMAP)이라는 멤버들간의 요리 대결 코너를 필두로 꽁트, 노래 코너 등으로 구성된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입니다. 장근석, 최지우, 이병헌 등의 한류 스타들이 출연해 스맙 멤버들의 요리를 대접 받았다고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비스트로 스맙 + 꽁트 + 노래로 구성되는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그 외에도 굉장히 많은 코너들이 시도되어 왔습니다. 무한도전의 레퍼런스로 사용되었으리라 추정되는 프로그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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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스마 이야기를 하다보니 당시 재미있게 보았던 또 다른 일본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B-RAP 하이스쿨 학교에 가자”가 생각나네요. 2002년 혜성과도 같이 나타나 큰 웃음을 남긴 개그 그룹 연식글로브(軟式globe, 난시끼 그로브)가 이 프로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의 팝 그룹인 Globe를 패러디한 그룹입니다. 멤버는 코이케(KOIKE)와 파쿠 만사(Parc Manther)로 멤버 이름마저 Globe의 케이코(KEIKO)와 마크 펜서(Marc Panther)를 패러디했죠. Globe의 곡 “Love again”의 가사와 멜로디를 변형한 노래 “I’m Fall’n DNA”로 큰 인기를 얻었는데 이 곡의 개그 포인트는 파쿠 만사의 자학 랩이었습니다. 무심하고 거만한 표정으로 주로 여자친구에게 차인 내용의 랩을 듣다보면 자연스레 같이 보던 친구들과 방바닥을 구르고 있었죠. 오랜만에 한번 볼까요?

친구의 한마디에 초난강이 떠올라 여기까지 왔네요. 오랜만에 보니 그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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