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쓰는 글은 역시 이상한 모임의 숙제다. 이상한 모임이 아니면 글을 쓸 생각도 못 한 여유 없는 2015년이 저물어 간다. 물론 여유가 있었다고 글을 열심히 썼을 것 같지는 않다. 반짝하고 말았겠지… 반성하고 내년에도 작심삼일을 해보자! 작심삼일을 하기 전에 일단 당면한 숙제부터 해결하고… 그나마 책도 읽고 글도 쓸 수 있게 가둬놓고 지켜보고 있는 이모님께 건배!


나는 로큰롤을 좋아한다.




가끔은 트윗에 이런 허세를 시전하기도 하고-사실은 하루키봇(@Haruki_essay)이 올려주는 하루키의 에세이를 패러디한 트윗이다-, (비록 마지막 글을 쓴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블로그에 음악 이야기를 연재하기도 했다. 어지간히 좋아한다는 이야기다.

2015년의 마지막 책은 영화 “남쪽으로 튀어”의 동명의 원작소설 “남쪽으로 튀어”의 저자 오쿠다 히데오의 신간 에세이 “시골에서 로큰롤”로 정했다. 왜? 로큰롤이니까. 열다섯에 처음 접한 로큰롤은 여태껏 날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기껏 선정한 책도 이 모양이다.

시골에서 로큰롤

시골에서 로큰롤

이 책은 소년 시절 오쿠다가 로큰롤을 접하며 겪었던 일들의 회고다. 소년이 꿈꿀만한 감성과 그 시절의 로큰롤로 가득 차 있다. 여기서 그 시절은 오쿠다의 10대 시절이었던 70년대다. 물론 나의 10대 시절은 90년대지만 70년대의 로큰롤은 2010년대인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으니 지금의 로큰롤 키드들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여전히 로큰롤을 듣는 10대는 소수이며 설현이나 초아를 좋아하지 않는 남학생은 별종 취급을 당할 것이다. 게다가 아저씨도 마찬가지다! 왕년에 로큰롤 안 들어본 아저씨는 별로 없겠지만, 여전히 듣고 있으면 별종 취급이다. 아마 설현이나 초아는 아저씨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내용은 이것이 전부다. 더 이상 설명이 必要韓紙?

에세이 답게 정말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뿐이다. 남자 사람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살색 영화를 보러 가는 에피소드라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려 친구 집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일, 최신 유행 패션을 따라 했던 일, 어른들의 가치관에 대한 반항 같은 청춘들의 시시한 이야기들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시시하지만, 당시엔 그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당대의 굉장한 로큰롤 음악과 적절하게 버무려져 맛깔나게 펼쳐진다.

나는 여전히 이런 것들을 꿈꾼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남이 안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체제와는 반대편에 서고 싶다. 소수파로 있고 싶다.
모두가 오른쪽을 보고 있을 때 나만은 왼쪽을 보고 싶다.

10대의 나와 다른 점은 꿈만 꾼다는 것이다. 10대의 나는 집에는 공부 잘하고 착한 아들로 보이기 위해 애를 쓰면서도, 친구들과 모여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불렀고 손이 부르트도록 기타를 쳐댔다. 젊었다.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 뿐이었기에 잃을 것이 없었다. 반항해도,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도 큰 타격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진 것이 많다. 가족이 있고 얼마 안 되는 재산도 있고 사회적 지위도 눈곱만큼 있다. 청춘의 터널을 지나며 쌓아올린 내 인생의 결과물이다. 쉽게 포기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반항하고 싶고 자유롭고 싶고 삐딱하고 싶다. 그럼 꿈이라도 꿔야지. 그렇지 아니한가?

오쿠다는 나처럼 아직 마법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늙고 싶지 않은 철없는 어른들을 위한 청춘 찬가를 던져줬다. 졸라 땡큐다!

책에 소개된 음악들은 여기에서 들을 수 있다. 로큰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