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게을러서, 여유가 없어서, 사느라 바빠서 못하던 회고를 해보았다.

1. 스트레스

2분기에 휴직을 했다. 휴직 전, 계획했던 일들을 끝내려고 1분기엔 열심히 달렸다. 스트레스로 휴직을 결심했는데 달리느라 스트레스가 배가되었다. 그나마 계획대로 일을 다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직할 수 있었지만, 몸이 여기저기 아프더라. 스트레스는 역시 만병의 근원이다.

2. 운동

휴직 시작과 동시에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내 몸이 이렇게 뻤뻤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 별로 없었다. 이러니 아팠지. 20회에 걸쳐 레슨을 받으며 몸이 한결 가볍고 유연해졌다.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데 복직하고 나니 쉽지 않더라. 다시 여기저기 근육통이 생겼다. 3년 만에 다시 도수 치료를 받았다. 살려면 움직여야 하는데… 퇴근하면 피곤하더라도 기절하지 말고 최소한의 루틴은 계속해야겠다. 스트레칭, 스쿼트, 런지, 푸시업, 플랭크, 크런치.

3. 사라진 집중력

올해 영화를 딱 100편 보았고, 책은 10권 읽었다. 2분기에만 영화 50편, 책 7권이다. 휴직하며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그 시간과 마음의 여유는 복직과 동시에 사라졌다. 특히 독서는 집중이 너무 안 된다. 집중력을 되찾아야 할 텐데…

4. 기타 연습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취미에 조금 더 시간을 들여보기로 했다. 기타 한 대가 더 생겼고, 기타 연습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작년까지는 기타를 연주하더라도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가끔 하는 둥 마는 둥 잠깐씩 만져보고 끝났지만, 이제는 목표를 만들었다. 한 달에 한두 곡을 꾸준히 연습하고 영상을 찍는다. 영상으로 모니터링이 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캐치해 보완할 수 있고, 음원 녹음/믹싱, 영상 촬영/편집 등 할 수 있는 스킬이 늘어났다.

5. 기타 톤 메이킹

학창 시절부터 기타 톤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 왔지만, 지금처럼 많이 고민해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가난했던 그 시절엔 이펙터 페달 하나를 사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고민만 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라 점점 고급 장비가 눈에 들어온다. 물론 여전히 선뜻 구입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가성비 좋은 가상 악기 플러그인이 많아서 체험해 보고 몇 개 사서 쓰고 있다. 그렇지만 역시 취미는 장비빨이다. 빈티지 앰프를 하나 들여놓고 크랭크업 해서 연주하고 싶은 마음만 커진다. 옛날엔 잘 몰랐는데 내가 Vox AC30 앰프의 톤을 좋아하더라. 언젠가는 꼭 연습실을 만들어서 Vox 앰프를 들이고 싶다.

6. 유튜브 채널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아니, 사실은 10여 년 전에 만들고 방치해둔 채널을 되살려냈다. 기타 연습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다 보니 저작권 때문에 배킹 트랙의 볼륨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유튜브는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믹싱할 수 있어 고민을 덜 수 있었다. 수익을 바라지도, 수익이 나지도 않지만, 재미는 있더라. 취미로 꾸준히 해봐야겠다.

7. 저작권

10여 년 전에 만들었던 곡인 여명808의 저작권을 등록했다.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고 음저협에 가입해 등록하는 저작권은 아니고,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하는 수익 없는 저작권이다. 돈은 안되지만, 저작권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나 저작권 있는 사람이다.

8. 팀장

팀장 발령을 받았다. 정년까지 조용히 개발만 하고 싶었던 꿈이 깨졌다. 난 스토리지 전문가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스토리지 팀장이다. 팀장이 되기 전에도 내가 아이디어를 내고 구체화시켜 개발하고 출시해 왔던 터라 PM의 역할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팀장에겐 개발 외의 일들이 산재해 있었다. 난 컴퓨터와 대화하는 게 익숙한 사람인데… 새삼 사람은 어렵다. 새해가 되면 당장 하반기 평가 면담을 해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역시 조용히 개발만 하고 싶다.

9. 여행

계획에 없던 여행이 생겼다. 휴직 기간 중 다녀 온 괌은 휴직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지만, 회사에서 제주 휴양 시설에 당첨되었고, 컨퍼런스에 보내줘서 라스베가스에도 다녀왔다. 받기 싫은 팀장을 받아서 달래기 위함인 걸까? 오랜만에 비행기를 여러 번 탔다. 역시 장거리 비행은 힘들더라. 그래도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가고 싶다.

10. 내년엔?

내년 계획은 아직 모르겠다. 계획을 세운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올해를 회고하며 들었던 생각들을 실천하는 수준이면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