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실내 습도가 너무 높아 끈적임에 괴로웠다. 에어컨이 어느 정도 제습을 해주지만 일정 습도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아 시원하더라도 습한 느낌은 그대로였다. 그렇게 괴로워하던 중 몇 년간 사용하지 않고 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오래된 제습기가 기억나 꺼내보았다. 먼지가 쌓여있긴 하지만 닦아내면 괜찮을 것 같았다. 구석구석 닦고 말린 다음 전원 버튼을 눌러보니 다행히 잘 동작한다. 서너 시간쯤 돌렸더니 80%에 달하던 습도가 60% 밑으로 떨어졌다. 어느 정도 쾌적해졌다.

그러나 나는 ‘적당히’를 모르는 한국인이다. 여기에 에어컨을 약하게 켜면 더 쾌적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컨을 가동했다. 습도도 떨어지고 온도도 떨어지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

ErrorCode

그런데 제습기의 정보창에 보이는 실내 온도가 이상하다. 섭씨 6도? 그리고 곧 5도가 되고 제습기가 동작을 멈췄다. 제습기의 정보창에는 에러 코드 E0가 깜빡이고 있었다. 구글링해 보니 온도 센서 이상이라고 한다. 어쩐지 실내 온도가 5도 일리가 없는데… 제습기가 노안이 왔나 보다. 그래서 온도 센서가 적어주는 온도가 잘 안 보였으리라. 25도를 5도로 읽고 있는 걸 보면…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모델명을 검색해 보았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볼까? 오래된 모델이라 A/S를 해줄까? 실내 온도가 26도 이상이면 잘 동작하는 데 그냥 쓸까? 노인(?) 학대인가? 오래된 모델이니 올여름만 보내고 그만 보내줘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돈다. 일단 이번 여름은 좀 버텨보자, 제습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