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京都) 시가지 서쪽에 자리잡고 있는 아라시야마(嵐山)는 벚꽃과 단풍의 명소로 일본 내에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헤이안(平安)시대부터 귀족들의 별장지로 각광받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그래도 내일이면 돌아가야 하기때문에 오늘이 아니면 남은 시간은 없다. 계획된 일정대로 출발!

일단 긴테츠야오(近鐵八尾)역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긴테츠오사카센을 타고 출발했다. 쯔루하시(鶴橋)에서 다른 열차로 갈아타고 니혼바시(日本橋)로 갔다가 다시 사카이스지센 지하철로 갈아타고 아와지(炎路)까지, 여기서 또 다시 한큐 교토센으로 갈아타고 가쯔라(佳)로, 가쯔라역에서 다시 한번 한큐아라시야마센으로 갈아타면 종점 아라시야마에 도착한다. 도데체 몇번을 갈아타는건지… 사실 한큐교토센을 타고 가는 동안 중간에 내려서 더 급행으로 한번 더 갈아탔다. 서울에서는 단 한번의 환승도 귀찮아서 한번에 가는 버스가 없나 찾곤 했는데 이런 극악의 환승 코스라니 굉장하다.

 

아침부터 기나긴 여정을 거쳐 드디어 아라시야마에 도착했다. 역근처의 자전거 렌탈샵에서는 하루 600엔으로 자전거를 빌려준다. 관광지라 그런지 외국인도 손쉽게 빌릴 수 있었다. 하늘은 잔뜩 흐리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일단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다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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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야마에서 첫번재로 간 곳은 원숭이공원 이와타야마(いわたやま)다. 호린지(法輪寺)라는 절 뒷산에 위치하고 있다. 호린지에는 원숭이들이 도처에서 돌아다닌다. 호린지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이번엔 등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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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원숭이들에게 공격당할 수 있기 때문에 마주치면 시선을 피하고 지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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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불도 다시 보자! 산불덕에 식목일이 공유일에서 빠졌다고!

 

산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여러가지 표지판들이 있다. 일본어를 몰라도 그 의미를 쉽게 알아 볼 수 있게 그림으로 확실히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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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걸어 산장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한참동안 산장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산장에서는 원숭이들이 창살에 매달려 산장 안을 구경하고 있었다. 내가 원숭이를 구경하는 건지, 원숭이가 나를 구경하는 건지… “체험! 호접지몽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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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에는 밤을 판다. 사람이 먹을 밤은 아니고 원숭이에게 상납할 밤이다. 원숭이님들 이 밤 먹고 오래 오래 만수무강 하십쇼~ 서열이 높은 녀석들은 낮은 서열의 녀석들이 받아온 밤을 약탈한다. 절대 사람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다. 고고하고 대쪽같은 녀석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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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산장을 둘러보니 별자리 & 혈액형 운세 뽑기가 있었다. 심심풀이로 하나를 뽑아보았다. 꼬부랑 꼬부랑 일본어로 쓰여 있으니 당최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길(大吉)이란다. 심심풀이라지만 대길이라니 기분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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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기다려도 비가 그치질 않아 결국 우산을 쓰고 내려가야 했다. 오늘도 아쉬운 일정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비가 오는 산길을 터덜 터덜 내려오는데 비에 흠뻑 젖은 새끼 원숭이 한마리가 쪼그리고 앉아 나뭇잎을 뜯어 먹고 있었다. 포즈가 완전 지지리 궁상이다.

 

 

 

 

8 Comments

  1. amu

    발리 밀림 속에 있는 사원 원숭이들은 신성의 대상이라 얘네 사원에 절하러 들어갈 때도 돈내고 챠도르같은거 두르고 들어가야뒈… 사원에 들어갔다가 집단으로 덤비는 원숭이땜에 바로 쫓겨났어…니미…바나나를 개차반으로 보던데…(입맛열라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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