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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필기구를 참 좋아합니다. 특히나 연필로 사각 사각 쓰는 그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 뭉툭해진 연필을 칼이나 연필깎이로 슥슥 깎아내는 느낌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필통엔 항상 너댓 자루의 연필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연필을 이용해 글을 쓰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연필은 커녕 펜을 사용하는 일도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20세기말 PC의 급속한 보급으로 우리는 종이 노트 앞이 아닌 컴퓨터 앞에 앉아 디지털 노트(워드프로세서)와 키보드를 이용하여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1세기 초 인터넷의 보급과 스마트폰의 등장, 클라우드 시스템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는 컴퓨터 앞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변혁 안에서 살아온 저 역시 일찍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문서 작성에 익숙해져 점차 손으로 글을 쓰는 일이 줄어들었고,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간단한 메모, 경조사 봉투에 적는 이름, 자필 서명 정도에만 펜을 사용할 정도로 “손으로 글씨를 쓴다”라는 것은 특별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연필과 펜에 대한 욕심이 많고, 손으로 글씨를 쓰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위한 개요 정도는 필기구를 이용하여 직접 종이에 적어보곤 합니다.

 

pens

 

물론 생산된 데이터의 보존과 수정이라는 측면에서는 디지털 방식이 월등히 편리합니다. 특히나 요즘과 같이 클라우드 시스템이 충분히 확보된 세상에서는 데이터의 분실이라는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희박해졌습니다. 중요한 내용을 적어놓은 노트를 어디다 두었는지 잊고 허둥댈 일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아날로그의 낭만도 사라졌습니다. 어린 시절 찍었던 빛 바랜 사진들, 펜팔과 주고 받은 설레였던 편지, 좋아하는 음악들을 친구와 같이 듣고 싶어 더블데크 카세트를 이용해 만들었던 편집 테이프… 테이프를 육각 연필로 되감던 그 시절의 이런 추억들을 요즘 학생들은 만들고 있을까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은 클라우드 서버에 자동으로 전송되어 원본 그대로 보존되고, 친구와는 카카오톡으로 대화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은 스트리밍 서버의 URL만 전달해주면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빠르고 편리하긴 하지만 설레임과 낭만이라는 감성적 요소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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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들이 아날로그를 알어?”

 

꼰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직 아날로그가 지배하던 20세기, 상남자의 로망을 노래한 곡을 골라 보았습니다. 티렉스(T.Rex)의 20th Century Boy입니다.

 

 

티렉스는 6~70년대에 활동하던 영국의 글램록 밴드입니다. 글램록은 외향적으로 퇴폐적인 화려함과 섹시함을 강조하고, 음악적으로는 로큰롤에서 하드록으로 변화해가던 과도기적 사운드에 가성이 가득한 보컬 등으로 특징지어진 “고대 록 음악”의 한 사조입니다. 영국의 데이빗 보위, 엘튼 존, 록시 뮤직, 미국의 루 리드 등 당대의 내노라하는 거장들이 모두 글램록 뮤지션들일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t_rex

 

사실 글램록은 음악적인 특징보다 외향적인 특징으로 더 유명합니다. 여성스러운 긴 헤어스타일과 성별을 가늠할 수 없는 짙은 화장 같은 외향적 특징은 80년대 미국의 헤어메틀(혹은 LA 메틀), X-Japan으로 대표되는 90년대 일본의 비쥬얼록을 거쳐 현재의 마를린 맨슨, 플라시보와 같은 밴드들에게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로커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장발의 헤어스타일은 글램록을 거쳐 정립된 것이 아닐까요? 저도 한때 록키드로써 장발을 고수해왔으니 글램록의 후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라고 주장해봅니다. ……

꼬꼬마적 사진을 찾아다 놓고 저라고 우겨봅니다만 이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운다)

꼬꼬마적 사진을 찾아다 놓고 저라고 우겨봅니다만 이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운다)

 

티렉스의 “20th Century Boy”는 동명의 만화 “20세기 소년”의 모티브 중 하나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입니다.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국내 정치, 세계 정세와 맞물려 나올 정치적 떡밥이 끝도 없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재미는 검증된 작품이니 직접 읽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20thCenturyBoy

 

시작은 아날로그의 낭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내용이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 곡과 아날로그가 무슨 상관일까요? 단지 아날로그 시절의 곡이라는 것 이외에는 …… 오랜만에 돌아온 일간알다방은 이렇게 망했습니다. :'(